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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지기 mind-minder
음 본문
이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부동산에 가서 계약을 하고 은행에 가서 잔금을 치렀다. 계약서 상의 입주일은 3월 1일이었지만 이사는 6일 오전에 하기로 결정한 상태. 그 사이에 부동산 계약서와 인터넷 계약서가 도착할 지도 모르나, 우편함에 이름이 붙여져 있지 않으면 반송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니 하마마츠초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사갈 집을 들러 우편함에 이름을 붙여 놓기로 했다.
오랜만에 추위가 물러가고 활짝 개인 날 하루 종일 발품을 팔며 집을 보러다니다 결정한 그 곳을 혼자서 다시 찾아가는 길. 전철역에서 내려 남쪽 출구로 나가 맥도날드를 지나 UFJ를 지나 수퍼 옆 좁은 길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어 익숙하게 걸어갔다. 역이랑 가깝고 지형지물도 외우기 쉬워서 헤맬 일은 절대 없을 줄 알았지만 꺾어야 할 골목을 지나쳐 앞으로 계속 걸어가도 맨숀 옆의 자그마한 공원은 보이지가 않는다. 자그마한 공원과 정면에 보여야 할 개천이 아무리 걸어가도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길을 잃었다는걸 깨닫고 개천을 따라 되짚어 걸어가기로 하고 개천이 보일만한 곳으로 걸어가도 인적이 드문 민가만 이어질 뿐. 더 이상 걸어가면 되돌아 가기도 힘들 것 같아 길을 잃었던 지점을 다시 돌아오는 길에 정면으로 마주치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에 왠지 식은땀이 나왔다.
빨리 일상에 익숙해지고 싶었던 것 같다. 꽤나 길게 느껴졌던 여행자 기분이 가시고 그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가 기죽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게 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매일 보고 듣고 내가 들르는 공간 속에 내가 언제까지고 있을 것 같아 각별한 생각을 가지고 기록을 하거나 그 때 그 때의 일들을 써두거나 하지 않았다. 아무 별볼일 없는 듯한 일상이지만 그 일상이 어느 순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떠올려지리란 걸 그 땐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가끔씩 우리집, 우리동네가 생각나고 서울의 거리거리들이 생각나고 매일 먹던 한국 음식들이 미치도록 먹고 싶어질 때가 있기도 했지만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서 즐겁게 일을 하고 새로운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상이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러웠다. 사진을 찍고 기록을 한다는 건 자연스럽게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거라는, 그 일상이 언젠가 정해진 날에 끝나리라는 걸 예상하고 하는 행위처럼 느껴져서였던 걸까.
가끔 그 일상이 영상처럼 뇌리를 스칠 때가 있다.
밤에 혼자 집을 찾아갈 때 길을 잃었던 기억과 역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골목길, 지도책을 들고서 어렵게 찾아간 나카노 우체국 가는 길. 하마마츠초 세린 어학원에서 옆 클래스에서 들리는 중국어 수업을 들으며 점점 긴장되어 타들어가는 목을 계속 축이며 학생들을 기다리던 내 모습. 동네 드럭 스토어에도 있는 세제를 싸게 사보겠다며 신주쿠에 있는 드럭 스토어를 전전하다가 길을 잃고 결국은 어느 호텔 앞에 있는 드럭 스토어에서 동네에서 파는 것과 비슷한 값을 치르고 무겁게 사들고 탈진 상태로 집까지 걸어 왔던 일. 돈키호테에서 신중하게 먹을거리를 고르던 날들. 내가 헤어 드라이어를 쓰면 두꺼비집이 내려가던 요요기 필 하우스. 연말 폭탄 세일 기간 중 집에 가는 길에 매일 들르던 갭 매장. 요요기에서 에비스까지 걷던 골목길. 무작정 가고 싶어 토요일에 카카를 꼬셔 키치조지를 헤매던 일. 우에노에서 짝퉁 화장품을, 얼린 연어 자른 것을, 신발을 살까 말까 무지 고민하다 케밥만 사먹고 케밥 맛에 감탄하며 돌아온 일. 질리지도 않고 먹었던 스키야의 스미비 야키토리동, 맥도날드 후렌치 후라이, 새우튀김에 항상 감동했던 텡야, 톤지루인가 미소시루인가 구분이 가지 않지만 돈카츠 만큼 맛있던 국물, 신주쿠 교엔 근처 타리즈 커피 야외 테이블, 12월에 갔던 단풍놀이, 하라주쿠 갈 때에 늘 지나다니던 메이지진구 자갈길의 감촉...